WWDC 1일차: 키노트

애플/WWDC10 2010/06/08 15:41 posted by 낭만검객
새벽 1시50분 기상. 2시45분 모스콘 도착 9시30분 입장. 장장 7시간을 기다려 메인홀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제 여행의 목적이 쿠퍼티노를 가는 것도, 요세미티를 보는 것도 아니라 잡스의 키노트를 직접 보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 드리면 성공했습니다. :)

잡스의 키노트를 보면 노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 알려야할 필요가 있지만 애플에게 불리한 내용은 말조차 하지 않고 화면에 몇 자 언급하고 끝냅니다. 보통 사람들이 발표할 때 잘 모르거나 자신없는 내용을 얼버무리며 이야기해서 신뢰를 잃는데 반해 잡스는 불리한 내용은 아예 말을 안 합니다.

둘째, 청중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시작합니다. 애플 사용자의 상당수가 스티브 잡스에 우호적인데 키노트를 직접 보려고 온 이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청중은 모스콘의 오천 명보다 더 많습니다. 전세계의 맥 플랫폼 개발자나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어도비와 애플 간에 벌어지고 있는 HTML5 표준 논쟁이나 구글 안드로이드와 반대되는 애플의 폐쇄 정책에 어느 정도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최근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iAd를 이야기하며 개발자를 사랑하는 애플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강하게 표현합니다. "우리는 개발자들이 계속 개발할 수 있게", "그동안 개발자에게 1빌리언 달러를 줬다.". 그리고 애플이 폐쇄적인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은근히 알리기 위해 HTML5와 AppStore라는 두 개의 플랫폼을 지원한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특유의 '왜곡장'을 느꼈습니다.

셋째, 역시 임기응변에 능합니다. 행사장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무선랜 클라이언트가 있어, 잡스의 브라우징 데모가 잘 안 되었습니다. 심지어 백업 장비를 연결했을 때도 안 되었고, 다시 원래 장비로 돌아와 했을 때도 안 되었습니다. 잡스도 당황했지만 로컬 이미지를 이용해서 레티나 디스플래이 데모를 대신했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을 뒤에 이어지는 다른 항목 발표 때 유머 소재로 사용하며 청중을 즐겁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기 힘든 광경을 생방송으로 봐서 나름 좋았습니다. ^^

iCon책을 읽어보면 아픈 뒤로 잡스가 팀(Team)을 강조하고 함께한 직원들에게 공을 돌린다고 합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지난 18개월간 아이폰4를 위해 애쓴 각 팀을 하나 하나 소개하며 청중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습니다. 개발자들이 보람을 느꼈겠지요?

2년 전에 다녀온 자바원(Java One)과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정말 다릅니다. 자바원에서는 강의를 듣는 기분이지만, WWDC는 잡스의 키노트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세션도 콘서트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한 마디로 즐겁습니다. :)

다시 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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